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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잡담 240221
    잡담 2024. 2. 21. 05:57

     이따금 어디에다도 쓸 만한 이야기가 아닌데, 어딘가에라도 쓰고 싶어지는 말이 있고는 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뒤엉켜서 무엇을 먼저 적어내야 할 지도 분명하지 못 한 글이다. 지난 주말 35싱글의 선발발표가 있었다. 3기생 전원 선발로 마무리하는 미즈키의 졸업 싱글. 6명의 추억선발에 밀려버린 내 오시를 보며 무슨 감정이 들고 있는지 스스로도 명확히 알 수가 없었다.

     

     3기생에게는 정말로 좋은 기억 밖에 없었다. 2015년 처음 노기자카를 알게 되고 나서, 오디션 발표부터 쇼룸 오디션, 합격자 발표, 그리고 첫 졸업자와 두 번째 졸업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 지켜본 첫 기수였다. 소위 말하는 황금기수가 어떤 기수냐라고 묻는다면, 5기에 새 오시가 생긴 지금에서도 3기와 5기를 저울질하느라 상당한 시간을 쏟을 정도로, 3기는 정말로 잘 뽑은 기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도 그 중심에 섰던 미즈키는 정말로 반짝이는 아이돌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콘서트에 갔을 때 보았던 미즈키의 실물은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도 유독 더 반짝이는 별처럼, 압도당하는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미즈키도 3기도 뭐라 말하지 못할 만큼 밉다. 멤버들은 그 무엇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는 데도 꼴도 보기 싫게 밉다. 새 싱글의 뮤비에서도, 무대에서도, 버스라의 역대 타이틀 곡들 무대에서도 오시를 찾을 수 없게 될 생각을 하면 면전에 온갖 욕이라도 다 내뱉어주고 싶을 정도로 미워진다.

     

     딱히 언더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내가 3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선발, 언더 할 것 없이 꾸준히 외부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기자카에 있다' 라든가, '노기자카에 있었다'가 갈수록 큰 메리트가 아니게 되는 상황에서 언더냐 3열이냐를 두고 전전긍긍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정말이지 무의미한 일이라고 꾸준히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는 것은, 반대급부로 외부일이 없는 언더는 정말이지 존재의 가치도 그런 아이돌을 덕질할 모티베이션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뮤비도, 무대도, 칸무리도 나오지 못하는 아이돌. 외부에서 본인의 가치를 선보일 기회도 없는 아이돌. 팬들이 무엇을 보고 덕질해야 할까. 노력할 기회조차 잡기 힘든 세계에서 노력하면 보답받을 수 있다는 말은 사치스럽기 그지없게 느껴진다.

     

     물론 지금은 마냥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몰아붙이고 싶지도 않다. 사실 이대로면 언젠가 언더로 가겠다는 건 누구라도 알아볼 일이었다. 오히려 이런 불합리한 일을 계기로 팬들도, 사츠키 본인도 더 자극받아서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이번 싱글 기간은 여러므로 바쁜 기간이다. 버스라도 그렇지만 세라뮤 무대도, 미즈키 졸콘도 있다. 운영이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면(어려운 가정이지만) 언더라이브도 중간에 하겠지. 거기까지 지나면 이제는 다시 전국투어다. 노기자카라는 그룹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아하니 물 흐르듯 덕질하면 어느덧 다음 싱글도 금방이겠지.

     

     불행이라는 것은, 언더로 콘서트를 한다는 건 팬들에게도 그렇지만, 분명 본인에게도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다. 평소 들을 일 없는 구린 언더곡, 시간 때우기 식으로 넣어두는 유닛곡에서나 제대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건 마음이 편할 일이 아니다. 리허설 과정부터 본 무대까지 하나하나가 다 언더와 선발의 경계를 온몸으로 느껴야만 한다는 건, 또 그걸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슬픈 일이다.

     

     각설하고, 나는 아직도 이번 선발은 납득할 수 없다. 납득하려는 노력하는 것조차 스스로에게 역겨움이 느껴질 정도다. 미즈키를 저평가하는 것도, 미즈키가 그룹에 기여한 바를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걸 다 떠나서 한 싱글 한 싱글이 중요한 시기에 이런 식으로 한 번의 찬스를 없애버리는 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5기가 가입한 지 벌써 2년이나 지났다. 2년동안 5기가 무엇을 이뤘을까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가입한지 1년 반 만에 나기가 처음 선 프론트가 끝이다. 당장 내년에는 6기생도 들어온다. 미즈키는 졸업하고 엔도도 카키도 곧 츠츠이도 개악에서 빠지니 운영 입장에서는 당장 판매량을 유지할 누군가가 필요하겠지. 문제는 개악은 빠져도 선발자리는 오히려 철밥통으로 굳어지니 그 피해는 오롯이 후배기수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상황에서 누구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줄 수 있을 때 줘도 모자랄 판에, 매 싱글 추억선발 2자리씩에 이번에는 6자리씩 버리는 이유를 도대체가 이해할 수가 없다. 마이얀의 졸업싱글 때 남은 1기생을 모두 복신에 넣은 것도 정말 많은 욕을 먹었는데, 마이얀도 아닌 미즈키의 졸업 싱글에, 한두 명도 아닌 6명을, 그 와중에 눈치는 또 보는지 3열에 넣는다... 참 웃기다 그냥.

     

     노기자카를 좋아하게 된 지 어느덧 8년이 넘었다. 중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대학생, 군대에서도 중간에 관심을 끊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새삼 이렇게 무언가 하나를 오래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도 가끔 놀랍다. 처음 노기자카를 알게 되었을 때 있던 멤버는 이제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 그렇게 수년동안 봐 온 기수 중에 5기만큼 처음부터 반짝이는 기수가 있었나 싶다. 성적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비쥬얼로 보나 10년 된 그룹이 이런 인재들을 뽑아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그러니만큼 이런 식으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리고 사츠키는 언젠가 노기자카의 캡틴이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메가 그랬듯이 언더에서의 경험이 장차 노기자카를 이끄는 데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렇게 걱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스스로 내 오시를 저평가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뭐가 됐든, 처음은 정말 마음에 안 드는 싱글이 되었지만 끝은 그렇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 무엇보다 노기자카라는 그룹이 앞으로 더 더 잘되는 게 1순위이니까. 새벽에 축구보며 쓰는 넋두리 끝. 아 그리고 콘노 부랄에 딱밤 한 대만 존나 세게 때리고 싶다 그냥.

     

     

    +) 나기 파트너는 사츠키 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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